아들의 첫 심부름
일곱살 아들이 갑자기 식빵이 먹고 싶다고 아침은 안 먹겠다고 떼를 쓰길래 “그럼 네가 사올까? 할 수 있겠어?” 했더니 바로 일어서더라고요. 진짜 먹고 싶었나 봐요. 큰 도로를 건너야 해서 걱정은 됐지만 곧 초등학교도 가야 하니 연습 삼아 심부름을 시켜 보기로 했습니다.
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오질 않아 걱정이 되어 부랴부랴 뛰어나와 횡단보도에 섰는데, 하얀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있는 제 아들이 신대점 할머니 직원분과 함께 나란히 횡단보도에 서있더라고요. 순간 너무 안심이 되고 감사해서 건너가 인사를 드렸습니다. 식빵이 없어 다른 빵으로 보냈다 하시길래 괜찮다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. 저의 목적은 빵보단 심부름을 잘 할 수 있을지였기 때문입니다.
그런데 집에 와 봉투를 보니 하얀 손글씨 메모지와 미니빵과 조그만 스틱빵, 그리고 심부름값 3천원이 그대로 들어있더라고요. 죄송하고 감사하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핑~ 돌았습니다. 본인 손주 같으셨을까요? 직접 길도 건네주시려고 서계셔 주시고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신 그 배려와 마음 씀씀이에 너무 감동받았습니다. 삭막한 요즘 세상에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저희 동네에 계셔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든든하고 감동이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.